두씨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 태동

두씨 2021. 3. 2. 14:57

저는 스노우보딩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매 주 토요일 새벽5시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용평으로 가는 스키버스를 탔던것이 엊그제 같습니다. 어느덧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스노우보드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2006년이 였던 것 같네요. 그때 당시 제가 CJ제일제당을 다녔는데, 회사에서 동호회 활동 지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받고 동료들이랑 처음으로 강촌 리조트를 갔습니다. 

 

회사동료들과 처음간 스노우보딩

그때는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엉덩이가 찢어지고, 똥꼬에서 피가 나올정도로 넘어졌지만,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서 스키장을 영업이 끝날때까지 타곤 했습니다. 그해 처음 스노우보드를 경험하고, 여름에 너무 너무 타고 싶어서, 두씨는 회사에서 눈치도 보지 않고, 여름휴가를 2주 내고, 뉴질랜드로 향하게 됩니다. 그 시절은 개인휴가라도 일주일 이상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의 팀 과장님이 여름 휴가로 3일 휴가를 냈었죠.

 

지구 남반부에 있는 뉴질랜드는 한국이 여름일때, 눈이 내리는 겨울이죠? 그렇게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저는 하얌없이 스노우보딩을 하며, 실력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다가 결국엔 갈비뼈를 부서트리고 병원으로 실려 갑니다. 이것이 저의 고난의 여정의 첫 번째 페이지 인듯 하네요.

 

최대한 멋지게 보일려고 반팔만 입고 스노우보딩을 하는 두씨, 뉴질랜드 카드로나 스키장
멋있는 사진 한장 남긴다고 무모하게 대형 킥커로 뛰어든 두씨
갈비뼈를 부수고 실려간 두씨

이렇게, 저의 긴 여행의 반을 병상에서 보내야 했던 저는 고통과 고뇌에 시달립니다. 갈비뼈는 깁스를 할 수 없어요. 이게 뼈가 굳어서 붙을때가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병상에서 천장을 보고 하루종일 있으니 미칠 것만 같았어요. 여기서 저는 부셔진 갈비뼈를 움켜잡고, 다시 산으로 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숨을 쉴때마다 큰 고통을 느꼈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참기힘든 고통이 있었지만, 저는 산정상으로 올라갑니다. 무엇을 위해서? 바로 이 사진을 위해서, 그 때 당시는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는 생각과 지금 아니면 다시는 여기 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죽음을 무릎쓰고 올라갔지요.

 

영차 영차 등산보딩, 뉴질랜드 리마커블스 스키장

이번에도 역시 추위를 꼭 참고, 잠바를 벗고 사진을 남깁니다. 한 평생을 서울에서 자란 저는 붐비는 지하철, 북적거리는 길거리가 너무 자연스러웠고, 이렇게 광활한 대자연은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아, 이렇게 넓은 땅에서 살면 좋겠구나.

부서진 갈비뼈를 움켜 잡고 다시 스노우보딩으로 내려와서 남은시간을 조용히 생각하면서 보낸 후 저는 한국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정상에서 곰곰히 생각에 잠긴 두씨, 뉴질랜드 리마커블스 스키장

모든것이 다시 그대로 돌아왔죠. 다시 저의 일상으로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합니다..."넓은 땅..."